보드게임 모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설명을 맡은 사람은 열심히 룰을 설명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멍해지는 순간이죠.
"잠깐만, 다시 설명해줘."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야?"
"일단 해보면 안 돼?"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설명하는 사람도 당황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소개하려고 꺼냈는데, 정작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해요. 오늘은 실제 평가는 좋지만 룰 설명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멘붕시키는 보드게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룰 설명이 길어지는 이유
설명이 어렵다고 해서 반드시 게임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명작으로 평가받는 게임들 중에는 처음 설명을 듣는 순간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아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게임 목표만 알려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까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아직 게임판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① 자원 설명
② 행동 설명
③ 점수 설명
④ 예외 규칙 설명
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정보가 머릿속에 쌓이기만 하고 연결되지 않는 상태가 되죠.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테라포밍 마스
설명 난이도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재미없는 게임이라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략 보드게임 명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죠.
문제는 처음 설명을 들을 때 목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카드 종류도 많고, 자원도 많고, 생산력이라는 개념도 등장합니다.
게다가 점수를 얻는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니에요.
설명을 듣다 보면
- 카드 효과
- 생산력
- 프로젝트
- 지구 온도
- 산소 농도
- 바다 건설
이런 요소가 계속 등장합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알겠는데, 첫 턴에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
실제로 테라포밍 마스는 몇 턴을 진행해봐야 흐름이 보이는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분위기가 조용해지는 브라스 버밍엄
브라스 버밍엄은 전략 게임 팬들에게 엄청난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처음 설명을 들을 때는 다른 의미로 조용해지는 게임이기도 해요.
이 게임은 모든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석탄을 사용하려면 연결이 필요하고, 철을 사용하려면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운하 시대와 철도 시대라는 개념까지 추가되죠.
초보자 입장에서는 룰 하나하나보다: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라는 의문이 더 크게 남습니다.
브라스 버밍엄은 규칙을 외우는 게임이라기보다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는 게임에 가까워요.
그래서 설명하는 사람도 어렵고, 듣는 사람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 한 장 읽는데 시간이 걸리는 아컴호러 카드게임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협력형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설명만 들으면 생각보다 복잡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기본 규칙 자체도 적지 않은데, 여기에 카드 효과와 시나리오 규칙까지 계속 추가됩니다.
특히 처음 하는 사람들은 카드 텍스트를 읽다가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드 한 장에 적힌 효과를 이해하려면
- 행동 개념
- 판정 개념
- 적 처리 방식
등을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컴호러는 설명보다 직접 플레이하면서 배우는 편이 훨씬 쉬운 게임으로 자주 이야기됩니다.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팬데믹
팬데믹은 의외로 이 목록에 들어갈 만한 게임입니다.
보드게임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쉽다고 느끼지만, 완전 초보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질병이 퍼지고, 감염 카드가 공개되고,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하고, 연쇄 감염이 일어납니다.
설명을 듣는 동안 새로운 개념이 계속 등장하는 구조예요.
특히 초보자들은 감염 처리와 아웃브레이크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건 실제 플레이는 설명보다 훨씬 쉽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팬데믹은 "설명 들을 때 가장 어렵고, 시작하면 가장 빨리 이해되는 게임"으로도 불리곤 합니다.
"내가 지금 뭘 키우는 거지?" 가이아 프로젝트
가이아 프로젝트는 헤비 전략 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설명을 듣고 나면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온다는 점이에요.
종족마다 능력이 다르고, 연구 트랙도 있고, 건물 업그레이드도 해야 하고, 자원 관리도 해야 합니다.
여기에 점수 조건까지 계속 달라져요.
그래서 설명을 들은 뒤 초보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뭘 해야 해?"
카탄은 정착지를 늘리면 되고, 스플렌더는 카드를 사면 됩니다.
하지만 가이아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성장 계획 자체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첫 판은 규칙을 배우는 게임, 두 번째 판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명은 이해했는데 옆 사람은 이해 못 하는 루트
루트는 이 글의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일지도 모릅니다.
보통 어려운 게임은 규칙이 복잡해서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루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어렵습니다.
각 진영이 사실상 다른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고양이는 생산과 확장을 하고, 새는 명령 체계를 관리하고, 우드랜드 연합은 반란을 일으키고, 너구리는 거래와 이동을 활용합니다.
문제는 설명할 때 발생합니다.
"너는 이렇게 하고..."
"근데 얘는 다르고..."
"쟤도 규칙이 달라."
설명이 계속 이어지면서 초보자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집니다.
심지어 자기 진영은 이해했는데 상대 진영은 이해하지 못한 채 게임이 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래서 루트는 설명 난이도보다는 구조 이해 난이도가 높은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 문제는 게임보다 설명 방식일 수도 있다
오늘 소개한 게임들은 모두 설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 작품들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어렵다고 평가받으면서도 동시에 명작으로 불린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많은 게임들은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 시작하는 것보다, 기본 목표를 이해하고 플레이하면서 배우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그래서 보드게임 모임에서는 게임 고수보다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자주 나오죠.
설명을 듣다가 멍해졌다고 해서 그 게임이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몇 턴만 지나면 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알게 되는 게임들이 오늘 소개한 작품들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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